여름밤 온가족이 함께 시원한 야외에서 영화를 관람하실 수 있는 프롬나드 시네마입니다.

작성자
춘천아트페스티벌
작성일
2017-07-03 08:29
조회
224

2017춘천아트페스티벌 프롬나드 시네마


 

90년대.
그때는 영화 공부를 하던 시기였는데 집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비디오나 한 편 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영화를 좀 아는 내가 비디오 가게에 가게 됐었다.
진열된 비디오를 보면서 제 각각의 성격과 취향을 가지고 있을 친구들을 떠 올리며
공동의 만족을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영화를 골랐을 때는 이미 두 시간이 훨씬 지난 후.
영화를 찍어서 가져왔냐는 비난을 받은 건 당연지사다.
이런 일이 40대에 되풀이 될 줄이야.
 
춘천아트페스티벌16회째이고 프롬나드 시네마가 추가 기획된 지는 올해로 5회 째를 맞는다.
영화감독이라는 이유로 여러 단체나 모임에서 상영작을 추천해 달라는 요구를 받곤 하는데
그 중 가장 나의 골머리를 썩이는 것이 바로 프롬나드 시네마.
다른 단체의 요구는 대부분 목적이 분명하고 참여자가 특정적인데 비하여
프롬나드 시네마는 광야처럼 넓은 지평에 멋들어진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작업처럼 느껴진다고 할까.
! 어느 지점에 어떤 수종이어야 하는가? 누가 요구한 것은 아니고 스스로 만들어 놓은 덫이다.
 
뜨거운 여름 야외 공간의 집중도와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를 고려해야 하고,
매우 대중적이어서 모두가 본 영화는 아닌,
무엇보다도 춘천아트페스티벌의
아트적인 품격과 프롬나드의 여유로움을 동시에 충족하는 영화를 고르기란!
지난 프로그램을 보면 나름대로 선방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도 나는 스스로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수천 편의 영화 목록을 수십 번 오르내리다가 지친다.
그렇게 선택한 영화가 겨우 이거냐! 물으면 할 말 없지만
아무튼 ‘2017 춘천아트페스티벌프롬나드 시네마의 세 작품은
<청춘의 십자로>, <천국의 아이들>, <빌리 엘리어트>.
그 동안은 무용이나 음악처럼 아트를 소재로 다루는 영화에 치우쳤다면 이번에는 가족 중심이다.
40대의 내가 부모님을 모시거나 어린 아이와 함께 보는 걸 상상하면서 선택했다는 얘기다.
바로 위의 고충을 모두 충족시키면서.

작품을 보기 전에 간단히 소개하자면,

 
<청춘의 십자로(1934)>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 무성영화다.
당연히 흑백. 2008년 영상자료원이 필름을 발굴 복원했으며 이를 <가족의 탄생><만추>
김태용 감독이 새롭게 라이브 변사공연으로 연출했다.
조희봉 씨가 변사를, 신지아 씨가 가창과 연주를 맡는다.
상영 + 공연 형태의 이 무대는 한국영상자료원과 기린픽쳐스의 협조가 컸다. 감사드린다.
1934년 당시 이 영화를 본 관객이 이번 기회에 다시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천국의 아이들(1997)>에 대해서는 사실 어떤 말도 덧붙이고 싶지 않다.
누군가 무공해 청정영화라 하던데 딱 그렇다.
현대 영화에 있어서 가장 오래,
가장 활발하게 아트 영화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를 뽑으라면 당연히 이란일 것이다.
국민 모두가 영화감독이라는 이란. 내가 보기엔 국민 모두가 배우 같기도.
모두가 즐길만 하지만 특히 초등생 아이가 있는 부모는 꼭 가족단위로 관람을 권한다.
영화를 함께 보며 우리의 주인공을 응원하자.
꼬마 알리가 마라톤 대회에서 1등도 아니고 2등도 아니고 3등 하기를!
이유는 보면 알 것이다.


<빌리 엘리어트>.
감독으로서 저 영화는 내가 만들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라고 생각되어지는 영화 중 한편이.
우리나라도 태백, 정선 등의 탄광지역이 있으니 지역적 소재로도 안성맞춤.
리스트에 넣을까 말까를 고민할 때쯤 탄광지역을 여행하게 되었고
지하 1300m의 갱도 체험을 하며 결국엔 이 영화를 상영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어린 아들의 미래를 위해 가난한 광부가 비난을 무릅쓰고
동지들의 파업 대열에서 이탈할 때의 아픔과 감동이 저릿하게 다시 느껴졌기 때문.
<천국의 아이들>과 비교해서 무얼 우선해 보라고 도저히 추천 불가능하니 그냥 다 보시라 할 수 밖에.
제음악 T-RexCosmic Dancer는 보너스.



내 딴에는 요즘의 헐리우드 마블시리즈나 애니메이션 영화에 비해
재미나 감동면에서 손색없다 판단되는데 그래도 개인의 취향을 넘어설 순 없을 것이고.
그래서 소심한 마음에 얼음(수박?)까지 준비했으니
슬리퍼 질질 끌고 마실 나오듯 하면 꽤 그럴듯한 한여름의 밤이 될 듯 하다.
프롬나드 시네마89,10,11일 몸짓극장 내·외에서 열린다.

 

 


<글/조창호 영화감독>


학력
서울예술대학 영화연출 학사


데뷔
2005년 영화 '피터팬의 공식' 연출수상
2006년 제27회 더반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 (피터팬의 공식)
2006년 제8회 프랑스도빌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상 (피터팬의 공식)


경력
2009.09 제3회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국제경쟁부문 심사위원
2008.06 제7회 미장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