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8/1[춤웹진] 함께 만들고 나누는 축제의 참모습 / 김인아 기자

2017
작성자
춘천아트페스티벌
작성일
2017-08-17 11:42
조회
56
재능기부 공연예술축제 춘천아트페스티벌이 8월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축제극장몸짓 일대에서 개최됐다.
춘천아트페스티벌은 ‘재능기부’라는 단어가 낯설었던 2002년 전부터 ‘자발적 참여’와 ‘재능기부’를 모토로 매년 여름 8월 개최되는 순수공연예술축제다. 올해로 열여섯 번째 재능기부 공연예술축제를 이어오고 있는 춘천아트페스티벌은 2002년 ‘춘천무용제’로 시작하여 현재까지 전 출연자와 스태프가 별도의 출연료나 개런티를 받지 않고 축제에 참여하고 있으며, 무료 관람으로 진행되어왔다.




 올해 축제에는 무용 9팀, 음악 6팀의 총 15개 작품이 메인 프로그램으로 마련됐으며, 3편의 야외 영화 상영과 어린이 공연 2작품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 프로그램들을 기획해 축제의 내실을 다졌다.
특히 8일, 10일, 12일에 걸쳐 하루 세편씩 선보인 무용 프로그램은 주목받는 컨템포러리댄스 작품을 만나는 반가운 무대였다. 8일에는 모든컴퍼니 〈자메뷰〉, 모헤르댄스프로젝트 〈참긴말 Ver.4〉, 고블린파티 〈옛날옛적에〉가 무대에 올랐고, 10일에는 Move Pocket Project 〈그림자나〉, K_프로젝트 〈0시28분의 태도〉,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바디콘서트〉가 관객을 맞았다. 평소 춤을 접하지 않았던 관객들이 보다 쉽고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에서부터 안무가의 자전적 이야기나 사회문제를 섬세하게 풀어낸 작품에 이르기까지 대중성과 예술성을 염두에 둔 프로그램 편성이 눈길을 끌었다.





 현장을 찾았던 12일에는 춤 애호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작품들로 축제의 마지막 무대를 꾸몄다. 유빈댄스의 〈시선의 온도-결혼〉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관습적 차별을 결혼이라는 제도에 빗대어 남녀의 관계로 나타낸 작품이다. 바닥에 붙여진 빨간색 마스킹테이프의 정사각 공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검은색과 하얀색 의상을 갖춰 입은 남녀의 대비된 모습은 이내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로 나아간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철저한 통제, 그들의 불평등한 접촉 움직임은 난해한 전자효과음만큼이나 긴장감이 감도는 몸짓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별적 관계에 대한 안무가의 집요한 시선이 밀도감 높은 듀엣 움직임으로 지속된다. 마스킹테이프의 한쪽 끄트머리를 띄어내 닫혀있는 사각공간을 재설정하는 여자의 마지막 퍼포먼스는 남녀의 공간 분리와 더불어 위계를 흩트리고 관계를 파기하는 모습으로 여운을 남겼다.




 온앤오프무용단의 〈몽환〉 역시 제한된 공간 속 듀엣의 움직임으로 시작된다. 한 때의 꿈과 같은 사랑, 만남에서 이별까지 연인의 지난한 과정이 블랙박스 극장과 대비되는 하얀 직사각의 평면에서 뒹굴고 밀고 당기는 몸짓으로 표출되었다. 온앤오프무용단 창단부터 함께 자라온 작품인 만큼 두 사람의 완벽한 호흡과 성숙한 움직임, 뜨거운 에너지가 사랑 혹은 인연에 대한 시적 감상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나인티나인아트컴퍼니의 〈침묵〉은 헤르타 뮐러의 소설 ‘숨그네’를 모티브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수용소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일어난 다양한 감정들을 무게감 있게 구현한 작품이다. 흑인여성 엘라만자스가 담담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작품은 그녀의 애절한 구음과 여성무용수 4인의 몸짓이 어우러진 어둡고 비통한 분위기로 절정에 다다랐다. 호흡과 강약을 조절하며 기본에 충실한 바리에이션을 선보인 〈침묵〉은 한국창작춤의 섬세한 몸짓을 엿볼 수 있었던 무대였다.




 공연이 끝난 후 로비에 모인 관객들은 저마다 손에 든 파랑봉투에 관람에 만족한 만큼 후원금을 담아 상자에 넣었다. 무료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축제를 응원하는 관객들의 자발적인 후원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액수의 크기와 상관없이 저마다의 작은 지지가 재능을 무료로 기부했던 아티스트와 스태프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힘이 될 것이다.
춘천에 거주중인 이연경 씨는 “발레 이외에 다른 장르의 무용공연을 처음 관람해서인지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현대무용에 대해 깊은 매력을 갖게 됐다”면서 “매해 여름마다 춘천에서 춘천아트페스티벌을 관람하고 싶은 마음에 작은 마음을 담아 감동후불제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인 춘천의 저녁, 축제가 끝나고서도 공연장 앞에 머물러있던 가족, 친구, 연인의 모습이 춘천아트페스티벌의 마지막을 소담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춘천아트페스티벌의 장승헌 예술감독은 “축제 모델을 만들어 지역에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해 벌써 16년째를 맞았다. 춘천어린이회관 야외무대에서 공간을 이동하게 되면서 정체성의 혼란이 있기도 했지만 여러 축제들이 하지 못했던 축제의 본질, 참여하는 모두가 즐겁고 서로 소통하는 참모습을 지켜왔다고 생각한다. 스태프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마음을 나눈다는 점, 아티스트들이 극장공간에서 ‘함께’ 공연을 만들어 나간다는 점이 춘천아트페스티벌의 가장 큰 매력이지 않을까. 스태프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자발적으로 진행해주었기 때문에 참여 무용인들도 행복하게 춤출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몸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 춤이라는 가치를 생각하는 축제였으면 한다”고 전했다.




 또한 장 감독은 “올해 문화예술위원회에서 2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축제극장몸짓으로 이동한 후 처음으로 야외무대를 마련할 수 있었는데, 제한된 여건 속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기쁘게 생각한다. 한편으로 공연예술을 이해하는, 관람할 줄 아는 시민들이 점차 늘고 있음을 체감한다. 큰 금액이 아니어도 관람 후 피드백을 보여주시는 관객들의 마음이 축제의 진정성을 높이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작업하는 아티스트들을 매년 호응해주는 춘천시민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김인아 춤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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